'대화의 희열' 이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이국종 교수는 자신에게 붙는 '영웅'이라는 수식어에 달갑지 않은 지리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임기응변식으로 살아왔노라고 말했다.
[ 나도 막장 노동자와 다름 없었다. 노동자로서 노동하다 다쳐 실려 온 다른 노동자들의 몸뚱이를 칼로 가르고 실로 꿰매 붙이는 대가로 먹고 살았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상을 버티고 있다는 것은 어느 노동자나 다르지 않은 현실일 것이다. 나는 밀려오는 환자들을 수술하고 지하 창고방에 머물며 겨우 버텼고, 비루한 현실을 다른 교수들과 비교하지 않으려 애썼다. 차라리 고용계약이 빨리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래도 견디다 못해 사표를 내던지려고 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막아섰다. 환자들이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지 않았다. 나는 고립되어 있었다. ] - 골든아워1 p101
[ 런던에서 HEMS가 날고 앉는 광경을 볼 때마다 서울 도심에는 착륙할 데가 없어 헬리콥터 운용이 적절하지 않는 말이 나는 더 이해되지 않았다. - 중략- 바쁜 일과 사이에도 틈은 생겼고 주말에는 병동 회식이 있곤했다. 그럴 때면 동료들과 펍(pub)에서 맥주를 마시고 클럽에서 새벽까지 음악을 들었다. 세계적인 인디 밴드들이 모인다는 런던 중심가의 극장들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직장에서 인정받고, 여유가 생기면 동료들과 편히 술 한잔 기울일 수 있었다. 내가 삶에서 바란 것은 그 정도였다.]
- 골든아워1 p106
[ 나의 가치는 늘 타인에 의해 결정되었고 내 위치는 상대와 맞물려 돌아갔다. 현실에 내가 머물 자리가 없는 것만 같았다.]
- 골든아워1 p195
[ "교수님, 환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권준식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 지금 막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연락이 왓습니다. 환자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라고 합니다"
순간 부서져나갈 듯 이를 악물었다. 두개골 속이 쥐어짜이듯 아팠다. ] - 골든아워1 p302
[ 이기명이 제시하는 방향은 명쾌했다. 이기명은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서도 길을 잃지 않았다. 그는 답이 당장보이지 않아도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면 된다고 했다. 그렇지, 방향이다. ]
- 골든아워1 p216
[ 나는 항상 부산대학교병원이 세우는 외상센터를 국내 외상외과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겼다.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외상외과가 사라져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운영에 관여하는 지역 거점 국립대학병원이기에 이 일을 점차 맡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선두에는 부산대학교 병원이 있고, 그곳에 정경원이나 장정문이 근무할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믿었다.]
- 골든아워1 p220
이국종 교수가 후배의 앞날을 걱정하며, 믿어 의심치 않았던 국책사업의 일환인 부산국립대의 외상센터는 JTBC 집중취재 프로그램에서 빈깡통임이 드러나 있었다. 이국종의 팀이 수술실 바닥에 밑빠진 독처럼 줄줄 흐르는 환자의 피를 막고 새로운 피를 부어 넣고 있을 때, 국가는 돈이 줄줄 새어나가는 빈깡통 같은 권역외상센터들에게 세금을 들이 붓고 있었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이국종 교수의 엹은 희망을 보니, 모니카벨루치의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엔딩 시퀀스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방금 중환자실로 빠져나간 환자, 또 급한 환자들 때문에 2번,3번 수술방을 넘나 들며 고군분투하는 팀을 바라보며 가슴 벅찬 고마움을 느끼고, 사망한 환자의 어린 아이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살려낸 환자의 또 다른 사망사고 소식을 접하며...
무력함을 느끼는 이국종 교수. 그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죽어나가는 사람은 살려야 한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어야 한다고 믿는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편에 서있는 사람이다.
이 평범한 사람 한명 덕분에 우리나라 인류애의 온도는 1도 더 뜨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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